올림포스 12 신 중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신은 바로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입니다. 풍요와 광기, 축제와 황홀경 그리고 다산의 상장이기도 합니다. 디오니소스 신은 죽었다가 살아난 신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부활의 신이라고도 하며 축제의 즐거움과 죽음의 잔인함이 공존하는 신입니다. 주로 티르 소스라는 지팡이를 들고 다니며 포도 덩굴을 두르고 술잔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만화 올림포스 가디언에 디오니소스가 등장하는 장면을 패러디하면서 젊은 세대에게 많이 알려진 신이기도 합니다. 또한 인기 가수 그룹 BTS의 노래 중에도 디오니소스라는 곡이 있을 정도입니다. BTS의 디오니소스라는 곡은 음악과 퍼포먼스 모두 매우 훌륭한 곡이어서 꼭 한번 검색해 보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한 손에 술잔, 다른 손에 든 티르소스
투명한 크리스탈 잔 속 찰랑이는 예술
예술도 술이지 뭐, 마시면 취해
- BTS, 디오니소스
디오니소스 신의 탄생과 성장
디오니소스 신의 탄생 설화는 이야기마다 기록마다 매우 다릅니다.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제우스 신과 테베의 공주이자 인간 여인인 세멜레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라는 설입니다. 이 설에 따르면 디오니소스 신은 올림포스 12 신 중 유일하게 부모 중 한 명이 인간인 반신반인이 됩니다. 제우스의 아내인 헤라 여신이 세멜레와 디오니소스를 매우 미워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헤라 여신은 유모로 변장하여 세멜레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세멜레에게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한 그녀의 애인이 정말로 제우스 신이 맞는지 확인해야만 한다고 부추깁니다. 헤라 여신의 꾀에 속아 넘어간 세멜레는 제우스 신에게 올림포스 최고 신으로서의 본모습을 보여 달라고 부탁합니다. 세멜레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스틱스 강에 맹세한 바 있는 제우스 신은 그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천둥과 번개로 휩싸인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냅니다.
제우스 신의 본 모습을 본 세멜레는 그 강렬한 빛에 타서 죽고 맙니다. 제우스는 자신으로 인하여 타 죽어버린 연인 세멜레의 뱃속에서 태아를 황급히 꺼내어 자신의 넓적다리에 집어넣고 꿰매어 버립니다. 그렇게 디오니소스 신은 아버지의 허벅지에서 열 달을 채우고 신의 모습으로 태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것으로 부활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사실 디오니소스 신의 부활신화는 하나 더 있습니다. 너무 잔인하기도 하고 길어서 이 포스팅에서는 생략하겠습니다.
디오니소스 신은 어린 시절 헤라 여신의 눈을 피하기 위해 청소년기까지 여자아이의 모습으로 길러졌다고 합니다. 아버지인 제우스 신은 아들인 디오니소스를 여장시키고 세멜레의 동생인 이노, 그러니까 디오니소스의 이모에게 아들을 여자아이처럼 키워줄 것을 부탁합니다. 자신의 아내인 헤라 여신의 감시망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노는 약속대로 조카인 디오니소스 신을 여자아이처럼 2년 동안 양육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 헤라 여신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분노한 헤라 여신은 이노와 이노의 남편 아타마스를 실성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다행히 염소로 변하여 몸을 피할 수 있었던 디오니소스 신은 전량의 신 헤르메스에 의해 구출됩니다. 헤르메스는 소아시아의 니사 산 동굴로 찾아가 님프들에게 디오니소스를 부탁하며 반드시 여자아이처럼 키워줄 것을 당부합니다. 님프들은 약속을 지켰고, 후에 제우스 신이 찾아가 님프들을 히아데스성단으로 만들어 주었다고 합니다.
디오니소스 신의 외모
디오니소스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러가지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가장 초기 문헌에서는 청년의 모습인데 어두운 흑발이나 갈색, 혹은 금색의 긴 머리카락에 황소 뿔이 달려 있다고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후에는 긴 옷을 입고 수염을 기른 중년의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그리고는 미소년 또는 미청년과 같이 야리야리하고 수염이 없으며 육감적인 모습의 여성스러운 남성의 모습으로 묘사되었습니다.
여러 그리스 문학에 따르면 디오니소스는 양성적인 모습의 젊은 남성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고대 로마의 시인인 오비디우스는 '천궁에서 가장 아름답고 예쁜 처녀보다도 더 아름다운 청년' 이라고 디오니소스 신을 칭했습니다. 또한 고대 그리스의 극작가인 에우리피데스는 그를 '아프로디테를 사냥할 정도의 아름다움'이라고까지 표현했다고 합니다.
디오니소스 신과 술
디오니소스 신은 암펠로스라는 미소년을 사랑하였습니다. 암펠로스는 디오니소스의 양아버지이자 그에게 술 주조법을 전수하였다고 가르쳐 주었다고 알려진 실레노스와 님프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입니다. 암펠로스는 반인 반수이자 자연의 정령입니다. 디오니소스는 같은 남자인 암펠로스를 너무도 사랑하여 아버지인 제우스에게 소개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불의의 사고로 인하여 암펠로스가 죽고 맙니다.
슬픔에 빠진 디오니소스는 사랑하는 이의 시신을 팍톨로스 강가 주변에 묻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변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포도나무를 심어 주었다고 합니다. 큰 슬픔의 잠긴 디오니소스는 암펠로스를 따라 저승으로 따라가고 싶었지만, 불멸의 신이어서 그럴 수도 없었습니다. 다음 날, 무덤가에서 자란 포도나무에서 자란 포도가 익자 그 즙을 짜서 숙성시킨 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합니다. 그 즙이 바로 포도주이며 디오니소스 신은 그 포도나무를 암펠로스라고 부르며 포도주의 신이 되었습니다.
디오니소스의 이모저모
디오니소스 신은 티르소스라는 지팡이를 들고 다니며 축제와 풍요를 전파하고 다닌다고 합니다. 그래서 디오니소스 신을 떠올리면 즐거움과 환희를 떠올리고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광기와 죽음을 떠올리게 되는 면도 있다고 전해집니다. 심지어 고대 그리스에는 디오니소스 신을 숭배하는 종교가 있었다고 합니다.
디오니소스 신이 상징하는 포도주, 음악, 그리고 황홀한 춤 등이 하층민들을 중심으로 해방감을 맛보게 한 것입니다. 디오니소스 신앙을 추종하는 신도들 중에는 특히 여성들이 매우 많았다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지위가 낮았던 부녀자들을 중심으로 노예, 외국인 등 소외된 계층에서 광적인 믿음이 퍼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의 신앙은 광기에 가까워서 한번 술에 취하면 신들림에 가까운 사태가 되어 산짐승과 어린아이를 제물로 바치고 산 채로 잡아먹기도 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리스 문명은 디오니소스 신앙을 배척하기보다는 오히려 정식적으로 체제 내에 포함시키려 했습니다. 디오니소스 신앙을 아폴론 신전 옆에 모시고 2년에 한 번씩 축제를 열어 그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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